2008년 06월 16일
내 생애 첫 시사 주간지

아주 어려서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만화 월간지를 챙겨봤었고, 중학교 입학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는 컴퓨터 잡지만을 구독했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의 '마이컴' 정기구독을 시작으로 역시 추억의 잡지가 된 '프로그램 세계'도 있었고, 지금은 10년동안 정기구독했던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를 보고 있어요.
시작부터 거창하게 나가는 이유는 살면서 단 한번도 시사 잡지를 구독해 본 적이 없었단 얘기를 하기 위해서지요. 이런 걸 자랑이라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 ^^;;
저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2MB와 딴나라당을 찍지는 않았지만, 세상 돌아가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이 난리를 겪고 있지 않나 하는 마음에 죄책감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경향이나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나 남편은 모두 종이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남편은 어려서부터 신문 자체를 보지 않는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고 하고(ㅡㅡ;;) 저는 조선일보 매니아였던 친정 아빠의 영향으로 종이 신문에 거부감이 심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매일 쌓이게 될 신문도 부담스럽기도 했구요.
그래서 대안이 시사 주간지가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주간지는 한겨레 21이 괜찮다고 하는데, 일단 정기구독 전에 저와 코드가 맞는지(그닥 다르지도 않겠지만;;) 확인을 하려면 제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지하철 가판대입니다.
여기서 급 소심증이 발동을 하였는데.... 그게 제가 가판대에서 뭔가를 사 본적도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을 어찌 살았는지.. 어휴..)
그래서 매번 뒤로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번 SICP 정기모임에서 이야기하던 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용기를 내어 가판대로 갔습니다.
"저...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이거 하나만.... ...."
가판대에서는 주인 아줌마랑 아저씨가 뭔가로 싸우고 계셨단;;;
이쪽은 보지도 않으시길래... 다시 용기내어..
"(두 눈 질끈 감고 > _ <) 한겨레21 하나만 좀....."
우여곡절(?)이 살짝 있었지만, 구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구입한건 이번 주 715호입니다. 전철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앞 장부터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읽으면서 오다가 편집장님이 쓴 '헌법의 광장'이라는 글 앞 부분에서 감동의 쓰나미에 휩쓸려 버렸습니다.
우리말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한민국 헌법을 첫 손에 꼽겠다. 시처럼 반짝이는 언어로 조탁되지도 않았고(사실 헌법의 문장은 한자투성이에 조악하기 그지없다), 소설처럼 삶의 숨겨진 결을 흥미롭게 또한 감동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지만(오히려 개념어의 나열인 헌법 문장에서 구체적 삶이란 완전히 배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아름답다. 세대를 이어 수억 명 사람들의 눈물과 피, 염원과 환희를 담고 있어서다. 60년 전 우리의 헌법을 처음 갖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만주벌판 눈보라 속을 헤매었나, 주린 배를 부여잡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나. 그 뒤로 헌법이 여덟 차례나 새 옷을 입고 나타날 때마다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 흘리고 개탄하고 목놓아 또 다른 헌법을 불러야 했나. 그 모든 삶들이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마다 결을 새겨넣었으니, 그 단어는 단단하여 빛나고 문장은 간명하여 장엄하다. - 한겨레21, 제 715호, 12 페이지
이걸 헌법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몰랐어요.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 뒤에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그 이후에 나오는 기사들도 모두 유머있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이 그대로 기사화 된 것도 발견했고('조중동은 찌라시'와는 다르죠)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되고...
저의 소심증으로 앞으로는 지하철 가판대에서 구입하기보다는 아마도 정기구독을 하게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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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16 21:41 | 짧은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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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펜은 칼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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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에 신문은 안 보고 있었지만 인터넷 상에서도 조중동 기사는 가능한 클릭도 하지 않고(이슈가 되는 기사는 다른분들 퍼온걸 보는 걸로 대신합니다), 대신 생전 보지 않던 한겨레21 주간지를 구독하고, 마트 매니아였던 제가 가능한 대형 마트도 이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유기농 매장을 이용하고 싶은데 직장인이라 여러모로 불편해서 농협 하나로 마트를 가요), 공 ... more
우리나라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지 않다고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보았지
저런 시각으로 법을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정기구독하신다니 앞으로 좋은 글들 나눠 주세요! ^^
볼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랑 자기 전 밖에 안 되는데 그 시간에 주간지만 보자니 포기해야 할 게 많아져서요..
그제까지는 시사인을 봤는데 시사인도 괜찮은거 같아 또 고민 중이구요..
당분간은 가판에서 구입해야 할 듯 해요.. :)